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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웃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묘한 농담이 곳곳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 날의 관객들은 마치 한껏 웃을 준비를 마치고 도착한 듯 보였다. 월드컵이 열렸던 해에 개봉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까지도 <넘버 3>의 송강호 이미지가 남아있었던 걸까. 극장 여기저기서 터지는 웃음은 대다수의 관객들이 웃기는 송강호를 보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했다는 증거인 것만 같았고, 전혀 웃기지 않은 이 영화는 결국 흥행에 참패했다.

박찬욱 감독 영화 중 하나를 꼽으라면 늘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외치곤 했다. 일단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그럴 듯한 이야기보다는 땅에 두 발을 딛고 있는 구차한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지만, 단순히 말해서 난 이 영화가 너무나 강렬하고 충격적이었다. 절제한 신장을 담은 통에 붙어 있는 핑크빛 뽀얀 이미지의 친숙한 그 상표가 섬뜩했고, 피가 튀지 않는 그 고문 장면에 소름이 끼쳤으며,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로 이어지는 대사가 말할 수 없이 강렬했다.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혹은 상업적 성공과 대중의 관심, 평단의 칭찬을 두루 받은 <올드보이>에 대한 질투일 수도 있고, 숨은 걸작을 알아본 몇 안 되는 소수 중 하나에 속한다는 볼썽사나운 우월감일 수도 있다.

최후의 선택으로 죄를 지을 수밖에 없었고 경솔함이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으며 죄의식은 다른 죄를 낳고 복수는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은 ‘Sympathy For Mr. Vengeance’. ‘복수씨의 분노’나 ‘복수씨의 증오’가 아니라 ‘복수씨에 대한 동정’이었다. 그러니까 답답하고 불편할 수밖에. 우스꽝스런 엔딩까지 말이다.

이 영화는 다분히 대사가 적은 영화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귀머거리인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그래서 문득문득 화면이 끊어지고 마치 무성영화 같은 리듬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야기를 끌어가고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대사가 아닌 표정이나 사운드 같은 영화적 언어가 많은 부분 담당하고 있다. 최소한의 표현에 최대한의 효과라고나 할까. 숨이 막히는 긴장감이라고 할까.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은 굳이 영화가 다시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말이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성공이 있었기에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었다면 <올드보이> 이후의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얄궂은 농담 한마디.

흔히 말하는 박찬욱의 복수3연작 중 그 첫 번째.



NIKON CORPORATION | NIKON D300 | Manual | Center-weighted average | 1/125sec | F/13.0 | 0.00 EV | 55.0mm | ISO-200 | Flash did not fire | 2007:06:02 14:01:45

스윗 소로우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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