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찾아왔던, 지구촌의 (특히나 남성들의) 축제인 월드컵이 부부젤라 소리만 귓가에 남긴 채 1달 여간의 긴 여정을 끝냈습니다. 민간인 시찰, 끊이지 않는 성폭력 범죄 등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한 채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언론의 본분이 120% 지켜지는 요즘, 아드레날린 적극 분출이 가능하던 월드컵이라는 마약 아닌 마약의 마지막 인사가 무척이나 더 아쉬워집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부터 하나의 정책으로 자리매김한 3S정책(SEX, SCREEN, SPORTS)이 권력으로부터의 수동적인 눈가림이었다면, 인터넷으로 정보의 필터링이 가능한 현재의 저에게는 능동적인 눈가림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3S 중의 하나인 SCREEN으로 눈가리개를 바꾸어야 겠다는 생각이 여러분에게도 전이되기를 바라며 두 번째 포스팅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포스팅에서 간략하게나마 온라인으로 고전영화를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살짝 향상된 고전영화 접근성을 현실로 옮기기 위한 제언을 드리고자 직접 상암DMC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을 다녀와 보았습니다.

 


               <그림 1>                                        <그림2>                                     <그림3>

한국영상자료원은 으리으리한 DMC 건물들 사이에서도 빠지지 않는 외관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림1) 수익성 없는 자료원의 허름한 모습을 상상했던 필자는 신선한 공기가 좌뇌를 훑는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건물 앞에는 현재 지하 1층에서 상영중인 기획전의 포스터(그림2)와 상영시간표 및 공지사항(그림3)이 붙어있어서 대략적인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B1F 시네마테크 KOFA


                 <그림 4>                                  <그림 5>                                           <그림 6>

지하1층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KOFA는 작은 예술 영화관의 모습 그것과 같았습니다. 참으로 청순하신 매표소 누이 2분이 있는 티켓오피스(그림4)와 성실하신 인상의 바리스타분이 있는 작은 카페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티켓 오피스 옆에는 기획전의 사진과 예고편들을 편안하게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는 작은 공간(그림6)도 있습니다. 저 의자의 편안함은 왠만한 고급까페 이상인지라 저는 의도치 않게 30분간 수면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있을 건 다 있는 이 공간이 일반 영화관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만 영화값이 무료라는 점입니다. 요즘 지출이 많아 동행의 영화값까지 내야한다는 부담감에 일단 영화값을 슬쩍 물어본 제게 그보다 달콤한 대답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2개의 상영관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양질의 고전영화를, 그것도 무료로 상영하는 KOFA의 상영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http://www.koreafilm.or.kr/cinema/day/list.asp)

1F 한국영화박물관

 

 

1층에는 한국영화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흐름을 이미지와 텍스트를 혼용해 잘 설명하고 있고(그림7), 과거의 영화관련 문서나 장비들 (검열대본 그림7, 필름 통 그림8) 들이 전시되어 있어 그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여느 역사박물관과 같은 배치이지만, 관심의 차이가 몰입의 차이를 가져와서 자발적으로 가장 오래 머물렀던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시대가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하나 둘 아는 영화소품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신기함과 왠지 모를 뿌득함이 느껴져 왔습니다. 그림10은 영화 괴물에서 등장했던 구호피켓과 극중 송강호가 입었던 츄리링인데, 그닥 매치도 시원찮은 츄리링 한 벌이 줄 수 있는 감동의 max를 맛본 듯 합니다. 한국영화를 넘어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설치되어 있는 무성영화관(그림11)에선 더빙조차 거부하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적응의 동물이라는 인간을 다시금 되새겨 보았고, 영상의 원리 체험실에선 (그림12) 동심으로 돌아가 스위치를 쉴 새 없이 누르고 있었습니다.


2F 영상자료실

                                                                                                      <사진촬영 금지로 어쩔 수 없이..^^>
  
개인적으로 한국영상자료원을 다시금 찾게 할 가장 큰 이유가 된 영상자료실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천국 같은 곳입니다. 일단 DVD 10,800 정도가 소장되어 있으며(고전영화 2,000 여개), 이를 1인석 25, 2인석 7, 3~10인석 1개에서 무료로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사운드트랙 앨범이 900 정도 소장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 역시 따로 마련된 영화음악감상실에서 감상이 가능합니다.

출간물은 영화관련 서적이 서가로만 3에 빽빽이 꽂혀 있고, 영화 시나리오 약 9천 여권이 서가 4개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또한 씨네21이 영화잡지의 전부인냥 알아왔던 본인이 놀랐던 것은 잡지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50 여종의 영화관련 잡지 입니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은 무료입니다

초현대식 상암 DMC의 고층빌딩숲 사이에 고전영화를 가장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은 제겐 sso 아이러니였지만 충무로영화제 리포터인지라, 가업 잇겠다고 팔 걷어붙힌 자식보는 마냥 흐뭇하였습니다. 문명의 발전 속에서도 고전의 체취를 잊지 않겠다는 야무진 다짐 같이 느껴졌다면 좀 오바일까요..ㅎㅎ 마지막으로 한국영화박물관에서 만나본 영화배우 이영표 선수의 스틸샷을 띄우며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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