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림쇼입니다.
다들 더운 여름을 무사히 넘기고 계시나요? 입추가 지나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있어요. 여전히 조금은 덥긴 하지만, 밤공기가 차차 선선해지는 것, 다들 느끼고 계시나요? 그리고 그만큼 우리의 축제인 충무로 국제 영화제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두요. ^^ 이제 겨우 네 번째 포스팅이건만, 이렇듯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네요.

이렇듯 유수같이 흘러가는 시간과 매 소중한 순간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관하고 계시나요? 요즘은 영상기술이 너무 발달해서 너도나도 사진기 하나쯤은 있고, 또 직접 영상으로 순간을 추억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옛날에는 시간을 돌려보고, 또 미래의 시간을 상상하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영화였겠죠? 사진보다는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으로, 또 TV가 나오기 이전에는 다른 세계를 알려주는 유일한 창구로써요.
 요즘에는 훨씬 진일보한 기술로 영화가 우리에게 그럴싸한 미래의 이야기를 더욱더 많이 들려주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땐 그랬었지’하고, 오롯이 남겨두었던 감성과 추억을 일깨워주는 역할 또한 하고 있는게 사실이지요.
오늘은 멀지 않은 ‘옛 날’의 유머와 향수를 추억할 수 있는 영화와 플레이스를 알려드릴까 해요. 그럼, 이야기 보따리를 슬슬 풀어볼까요.



'복고풍' 진지함, 기발한 위트를 낳다- 다찌마와 리



2000년, 영화관도 아닌 인터넷에서 상영한 짧은 영화 한편이 네티즌들로 하여금 찬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8년후인 2008년, 그 인터넷 상영작의 원 제작자인 류승완 감독은 그 영화 속 촌스러운 히어로를 은막에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다시 한번 이 영화를 통해 열광합니다. 이렇게 '빅재미'를 낳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 때의 영화관은 2대 8 가르마의 호방한(!) 남자- '다찌마와 리'로 인해 온통 뒤집어 졌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물론 환호만큼이나 비난과 실망도 거셌습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나 '주먹이 운다'와 같은 류승완 감독 특유의 느와르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마치 B급 영화를 연상케 하는 과도한 진지함과, 상당히 '시대착오적인' 변사식 대사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으니까요. 그만큼 <다찌마와리>는 호불호가 극명한 영화였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제가 여전히 이 영화에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고 싶은 건, 이토록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요소들이 여전히 우리를 웃기고도 남는 이유로 작용하게 만든,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총알을 모두 피해버리는 막강한 히어로' 나 '터무니 없는 실수로 자멸하고 마는 악당'에 대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재현해낸 감독의 위트가 너무나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불(不)의 입장에 서 있는 모든 근거를 무시하고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복고'의 정수를 통해서 <다찌마와리>는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릅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 세상에, 여전히 강력한 촌스러움 한두개쯤은 건재할 필요가 있다는, 마음속 어렴풋한 추억의 소리를.





<다찌마와 리>에 실컷 웃었으니, 이제는 우리 입을 맛난 것들로 채워줄 또다른 '리'를 찾아 가 볼까요? ^^;ㅋㅋ 오늘은 너무나 많이 알려져 더욱 사랑받는 (그러나 아직 모르실 분들을 위해 아주 친절하게) 곳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바로 인사동 초입의 별다방 미쓰리에요.
 사실 인사동은 외국인들도 한국을 방문하면 꼭 들를 정도로 맛집과 멋집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지요. 그만큼 그 가게만의 독특함을 나타내는 카페들도 많은 편이구요. 별다방 미쓰리도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꽉꽉 채워져 있답니다. 촌스럽고 오래된 것을 즐길 수 있지만, 결코 분위기만은 그렇지 않은 그 곳을 찾아 림쇼가 다녀왔답니다~


** 별다방 미스리 지도의 저작권은 별다방 미스리 홈페이지(http://www.missleecafe.com)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약도를 만들지 않고, 보시기 편하게 홈페이지에서 약도를 끌어다 놓아보았어요. 별다방 미쓰리는 인사동 길이 길게 펼쳐진 곳 초입에 바로 있답니다. 찾기가 어려우시다면, 3호선 안국역 6번출구에서 내려 앞으로 1분 정도만 걸어가다보면 2층건물에 간판이 보인답니다. 입술 위에 점이 있고 별핀을 단 미쓰리가 맞아주는 곳이지요. 제가 찾아갔을때는 약간 해가 지고 있을 때라서, 외벽에 달아 놓은 등들이 불을 켜고 있었어요.



들어가니, 분위기가 친구들끼리 수다 떨기 좋은 다락방 같거나 혹은 오래된 교실 같았어요. 따뜻하고 차분한 공기가 마음을 편한하게 해주었답니다. 주말이라 사람이 꽤 많은 편이었어요.
 림쇼가 깜빡 잊고 있었던 사실! 인사동은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커플들에게도 데이트 하기 좋은 코스였다는 거- 주변에 고궁들도 있고, 인사동을 죽 둘러보다 내려가면 단성사 같이 영화보기 좋은 극장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유달리 그날의 별다방 미쓰리에는 연인들이 많았던가 봐요 ^^; 낡고 키낮은 학교 의자들과, 작지만 놓을 것은 다 놓을 수 있는 아담한 사이즈의 나무 탁자가 눈에 띄었어요. 그리고, 뭐랄까. 다른 카페에서 느낄 수 있는 커피향보다 독특한 별다방 미쓰리만의 특별한 향기(?)가 느껴졌지요. 이 향기의 근원지는 어디일까를 궁금해 하며, 저도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별다방 미쓰리만의 특별한 향기는 바로 여기서 나는 거였어요. 바로 한과와 전통차 말이죠 :^)
보통의 차나 간단한 맥주등도 팔고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즐기는 별다방 미쓰리만의 매력은 바로 이 전통한과와 한차랍니다. 요즘은 날도 덥고 더군다나 여름이어서, 음료를 주문하면 바로 독에서 퍼올린 것처럼 시린 얼음이 음료마다 동동 떠있어요. 한과와 한차가 나오는 메뉴는 별다방 미쓰리의 가장 기본 메뉴랍니다.

저렴한 가격은 기본, 얼마정도의 리필은 센스! 한과를 더 맛보고 싶다면, 조금더 리필해서 먹어보아도 좋아요. 빨갛고 투명한 오미자차와 식혜는 천하 일품! 사실 평소에 잘 마시지 않는 한차는 다른 음료들과는 달라 몸의 기운을 보하고 액을 쫓아내는 등의 여러가지 의미도 담고 있지요. 특히 주문했던 오미자차는 다섯가지 맛을 내는 오미자가 여름에 허해진 기운을 돕고 목의 갈증을 덜어준다고 해서 옛날 선인들로부터도 유명한 여름 별미였다고 전해져요 ^^ 달달한 한과를 한입 베어물고 나서 상큼새콤한 오미자차 한모금,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더위먹은 피곤함은 절로 가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별다방 미쓰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이것만이 아니랍니다. 쑥 뽑아서 작은 종이쪽지를 열면 등수가 써있는 추억의 제비뽑기도 할 수 있고, 지금은 문방구에서조차 보기 힘든 쫀드기나 달달한 라면땅 과자들도 맛볼 수 있어요. 특히 제비뽑기는 1등이 되면 음료 한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쿠폰을 준다고 하니, 평소에 운이 좋으신 분들이라면 참여해 보는 것도 좋으실 듯 해요. 저도 꼭 뽑히길 기도하며 야심차게 쪽지를 하나 뽑았지만, 펴보니 '오등' ^^;  저 많고 많은 나머지 제비 중에 1등이 있을까요?
이 외에도 별다방 미쓰리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코너를 마련해 두고 있어서, 즐기기에 좋았답니다. 또 색다른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소원 나무'에 소원 쪽지를 달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



별다방 미스리를 다녀간 이들의 사연으로 빼곡한 소원 나무는 별다방 미스리 공간 안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요. 나무 아래에는 친절하게도 펜과 크라프트지가 구비되어 있어서, 원하는대로 소원이나 문구 따위를 적어 나무에 매달 수 있답니다. 이미 어디가 가지이고 어디가 잎사귀인지 모를 정도로, 나무에는 잎사귀 대신 종이 잎파리들이 다닥다닥- 저도 조심스레 제가 원하는 소원을 적고 나무 어딘가에 매달아 두었어요. 주변의 일들이 모두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충무로 국제 영화제가 성황리에 잘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요-


[림쇼의 추천!]

* 한과와 아이스 홍시, 그리고 모듬한과 셋트가 별다방 미스리의 주 메뉴이자, 특별함이랍니다. 4000원에서 5000원 선 사이의 저렴한 가격으로 보통 과자보다 건강에 좋고 달달한 한과와 아이스 홍시를 맛보세요
** 아시나요? 별다방 미스리에 경로우대증을 제시하면 음료가 할인된다는 사실! 연인과의 데이트도 좋지만, 할머님 할아버님 손 꼭 붙잡고 인사동 구경을 간만에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
*** 음료는 따뜻한 차/ 시원한차 일괄 6000원 선이니 참고하세요!

+ 또한 별다방 미스리는 옛날 도시락 또한 별미랍니다. 구수한 된장국과 양철곽에 나오는 뜨근한 도시락을 즐겨보세요 :^)  여름에는 계절 메뉴로 냄비 팥빙수라는 이색 메뉴도 게시되니 후식으로 이걸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네요.



매번 미래만을 쫓아 살아가는 우리, 구태여 옛날 추억을 더듬으며 뒤를 돌아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늘날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도리어 푸근하고 좋은 것을요. 
더욱 부드럽게 우리의 마음과 기억을 헤집으며 다가오는 향수와 추억을 외면하지 말고, 이끌리듯 따라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순간은 더욱 분명해지고,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은 지금을 걸어가는 우리에게 뜻밖의 즐거움과 향기를 선사할지도 모르지요. 마치 <다찌마와 리> 같은 영화 한편과 <별다방 미스리> 같은 공간이 그러한 것 처럼요. 그러니 그대, 잠시 멈추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오래된 것들에 시선을 둬 보세요.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발견할지, 그 누가 알겠어요?
그럼, 또 다른 우리 곁의 특별함을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다섯번째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  이상, 림쇼였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