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 소로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8.29 스윗 소로우의 영화이야기 2. _ 매그놀리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 뻔한 이야기지만, 누구에게나 지옥은 있습니다.
그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상처일 수도 있고 벗어나기 힘든 죄책감일 수도 있죠. 하지만 지옥에서 탈출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리 지혜롭지도 현명하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실수와 방황의 연속일 뿐’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난 날을 돌이켜보는 일은 어쩌면 어리석은 자신을 자책하고, 후회와 안타까움을 마주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미움과 증오가 날 행복하게 만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더 늦기 전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사는 일은 그렇게 생각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이죠.

이 영화의 전작인 부기나이트에 이어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가족이야기를 꺼내놓았습니다. 전작이 유사 가족의 이야기였다면 이 영화에서는 가족-벗어나기 힘든 굴레-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죠. 사실 큰 상처와 아픔이 되는 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기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세월이 약이 되는 건 깨끗하게 지울 수 있는 관계의 상대라야 가능한 일일 겁니다.

기묘하게 얽힌 징글징글한 이야기를 세 시간 가량 보고 있다는 건 어쩌면 지독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일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개봉관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가 생각납니다. 많지도 않았던 그 극장 안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뜨더군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모르겠는, 한없이 나열되는 이야기에 지쳤을 수도 있고, 잠깐이나마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들어온 극장 안에서, 떠올리기 싫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한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불편한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어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한참을 그러다 아주 당황스러운 장면이 나왔습니다.
내내 코를 골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내 친구는 그래서 아직도 이 영화를 기괴한 공포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생뚱맞고 강렬한 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고 놀란 친구에게 뭐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음… 그러니까… 어떤 계시.... 깨달음의 순간… 아~ 씨, 몰라 임마~."


"네가 만일 보내기를 거절하면 내가 개구리로 너의 온 땅을 치리라."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건 공교롭게 일치한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상관계가 생기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또 상처받고 아파하고 그래도 다시 한 번 잘 살아보려고 애를 쓰며 살아가는 거겠죠.

참고로, 매그놀리아는 목련을 뜻하고, 출애굽기 8장 2절은 이런 구절이랍니다.
'네가 만일 보내기를 거절하면 내가 개구리로 너의 온 땅을 치리라.'


스윗 소로우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