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림쇼입니다.

충무로 국제 영화제의 티켓박스가 바로 어제 오픈했죠. 다들 맘에 드는 영화는 예매하셨나요? 옛 추억의 영화가 그리워서 반가운 마음에 예매하신 분들도 계실테고,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에, 혹은 그토록 고대하던 설레임에 얼른 버튼을 누른분도 계실지 몰라요. 다들 예매한 이유는 다르지만, 아마 공통된 한가지 큰 뿌리는, 아마 마음 한켠에 여유를- 그리고 마음 한쪽에 쉴 곳을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또다른 여러분의 쉼터는 어디에 있나요? 그 무엇이 당신의 지친 일상을 보듬어 주나요? 츄리닝을 입고 소파에 길게 드러누워 깔깔대며 TV를 보는 시간? 아니면 한강의 물결을 내려다보며 맥주 한캔을 뜯는 어느날의 저녁? 사랑하는 그 사람의 웃음? 매 시간과 특정한 어느 한 장면이 당신에게 휴식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사무치도록 돌아가고 싶은 익숙한 풍경과 공간이 오로지 그곳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믿게끔 하기도 하지요.
그렇듯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여겨지는 공간에서의 이야기와 그 갈원으로 세워진 이색맛집에 대해서 오늘은 소개할까 해요. 그럼, 여섯번째 이야기를 슬슬 꺼내볼까요.



모두의 '중심'. 그 눈으로 격변기를 말하다- 쿤둔


티벳을 아시나요. 가장 하늘과 맞닿은 곳 아래, 말간 마음들을 간직한 사람들이 사는 달라이 라마의 고향이지요.
그 아름다움과 순수를 만나기 위해, 가장 먼 곳의 여행자들도 한번씩은 들른다는 그곳. 그러나 최근의 그 곳은 핍박과 절규로 얼룩져 있습니다. 또 한번의 중국 군부와 공안의 진압으로, 이 평화로운 땅은 신음하고 있지요. 통합을 위한 무자비한 압박과 강요에 맞서,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려는 티벳 사람들은 당당히 이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티벳이 요동치던 시대는 최근이 처음은 아닙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쿤둔>은 그 아픔이 시작되던 시기에 옹립된 제 14대 달라이 라마의 유년기를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의 탄생, 발견, 즉위, 중국의 침공, 인도 망명까지를 다루면서 이야기는, 그 누구의 입도 빌리지 않고 달라이 라마의 생에 자체로 티벳이라는 나라가 어떠한 격변기를 거쳐왔다는 것과 그 중심에 서있는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가 어떠했는가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어쩌면 그 험한 세파속을 견뎌내야 했던 달라이 라마가 위대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보았던 것은 몇세대동안 이어져 온 그가 뿌리로서 지탱되는 티벳 그 자체였습니다. 중국이 들어왔을때도, 주변의 공격과 위기가 닥칠때도 달라이 라마의 눈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시선이 흔들렸던 때는 단 한번- 티벳인들이 중국인들에게 공격을 받고 죽어나갔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경전을 가슴에 품은 채 앞으로 푹 고꾸라지는 달라이 라마의 모습을 비추는 그 한장면. 울부짖고 절규하는 그 어떤 슬픔보다 아픈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개봉한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오늘도 감동을 주는 이 영화는 그래도 끝까지 미워하기보다는 애석하게 여기고, 용서해야 한다고 주창하던 '쿤둔'(위대한 존재. 달라이 라마)을 통해 말합니다. 증오보다는 도리어 매일같이 평안을 기하는 마음을.





여전히 아파하는 땅 티벳을 온 마음으로 안는 맛집을 찾아 가볼까요? 이색적인 티벳 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의 유일무이한 티벳식당 '포탈라'가 바로 그곳이랍니다. 포탈라는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요. 바로 명동성당 옆으로 꺾어지는 골목쪽 말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는 곳이지만, 이런 길에 이런곳이 있다는 건 다들 처음 아셨을거에요 ^^

건물마다 여러 간판이 있어 찾기 어려울런지 모르지만, 유달리 눈에 띄는 적갈색 간판에 크게 씌여져 있는 포탈라 라는 글자를 보고 금새 찾아낼 수 있었어요. 요즘 계속되는 비로 하늘이 금새 또 거무죽죽 해지더라구요. 건물 2층에 있는 포탈라로 냉큼 숨어들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다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순수의 땅 티벳과 사진으로 마주할 수 있어요. 한가로이 목초를 뜯는 소의 모습부터, 하얀 눈이 뒤덮인 산봉우리, 그리고 큰 눈의 아이를 꼭 안은 엄마의 모습까지.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진만으로도 알 수 있는 티벳이란 땅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면서도, 마냥 좋아할 수 만 없는 현실에 문득 마음 한켠이 저려오더군요.


사진을 감상하면서 입구로 향했습니다. 빨갛고 파란 글씨로 나마스테와 타시델렉이라고 써있어요. 나마스테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의미를 타시델렉은 더 큰 의미로 ' 우주만물 모두의 행과 복이 함께하기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입구에 드리워져 있는 티벳 고유의 색깔을 띈 차양과 문양이 이색적이었어요. 문 앞에서 약간은 특별한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했구요. 사원에 발을 디디듯,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창밖에서는 후두둑- 벌써부터 내리는지 빗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시원한 실내는 티벳 고유의 색깔이 가득한 물품들로 꾸며져 있었어요. 색색의 종이가 덧발라진 전등과 영생을 상징한다는 코끼리 조각상 그리고 식탁 옆에 군데군데 자리한 티벳에 관련한 책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티벳과 연관되어 있고, 어디를 둘러보아도 티벳과 마주할 수 있는 분위기였답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동글동글- 티벳 전통의상을 입은 아주머니께서 메뉴판을 가져다 주셨어요. 비도 오고 얼큰한 국물도 생각나고 해서 저는 뗀툭 (우린 국물에 고기와 수제비면을 넣은것)과 딸기 라씨 (요구르트 음료)를 시켰습니다.
 

음식이 나올때까지 어느정도 걸린다고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그동안에는 가게 전체를 둘러보았습니다. 예쁘기도 했지만, 곳곳에 진통을 겪는 티벳을 여전히 사랑하고 안타까워 하는 마음들이 담겨 있었어요.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분도 티벳에서 망명해오셔서 오랜 고생을 거쳐 가게를 내고, 티벳을 널리 알리게 되셨다고 해요. 위의 오른쪽 사진에 가장 맨 위에 걸려 있는 그림의 문구가 보이시나요? 'Tibet belongs to Tibetan!'(티벳은 티벳인에게 속해있다!) 경문이 달린 통을 들고 입술을 열어 말하는 듯한 그림속 순례자의 모습에서 경건한 모습 이상의 결의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결의 만큼이나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이곳에 오는 모두의 티벳 사랑도요 ^^

 
곧 뗀툭과 딸기라씨가 나왔습니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맛은 이름만큼 생소하지 않았어요. 야채와 닭고기를 우려낸 국물에 얇게 편을 뜬 것 같은 밀가루 반죽이 삶겨 담아내온 뗀툭은 우리가 비올때 많이 즐겨먹곤 하는 수제비와 많이 닮아 있었고, 시큼달큼한 딸기 라씨는 요플레 맛이 났거든요 ^^ 둘다 입맛에 맞기도 했고, 마침 허기도 졌던 터라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카레가 주 메뉴이긴 하지만, 진짜 티벳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짬파나 모모도 맛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특별한 맛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오늘은 포탈라를 찾아가 보시는 건 어떨까 싶네요 :)



[림쇼의 추천!]

* 포탈라는 인도티벳/티벳음식을 같이 취급하고 있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카레와 다른 특별한 티벳음식을 같이 맛볼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포탈라에는 런치 세트가 있답니다. 1인 메뉴 (8000원) 부터 4인세트 (44000원)까지, 적합한 가격대로 여러 사람이 풀코스로 티벳 음식을 즐길 수 있어요 :) (다만 쿠폰 적용은 어렵답니다 ㅠ-ㅠ)

*뵈차, 지당, 짜이 등 포탈라에만 있는 특별한 티벳 전통차도 맛보세요 ^^ 가격은 최대 4000원 선 이내랍니다~




내가 쉴 수 없는 곳이 거기밖에 없다고 여겼을때, 그런데 누군가가 내 쉴자리를 빼앗았을때. 그 마음은 어떨까요. 그러나 머나먼 한국이라는 땅까지 쫓겨온 사람들은 그 누구도 지금의 처지를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비록 원망하는 마음이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있을지라도. 말없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그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떠나온 '쉼터'를 그리워 하겠지요. 포탈라에는 달라이 라마가 말했던 그런 평안이 숨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편안한 품으로 돌아가리라는 마음의 소망도요.

비록 그리 잘 되지는 않을지라도, 우리도 혹여 그들만큼이나 미워하는 존재가 있다면, 오늘 하루만큼은 원망하기보다 내 스스로를 다스리고 온전한 평화를 기해보는게 어떨까요. 그러함으로서 또 다른 내 마음속 휴식처를 찾아내는 것은요? 매일 불편한 마음으로 걷는 것보다 좀더 '쿤둔'과도 같은 마음이 매일의 당신과 함께하기를 바래봅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을 들고 곧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이야기 부터는 본격적인 영화제의, 영화제를 위한, 영화제에 의한 주변 길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게 될 듯 싶습니다. 또 다른 색다른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뵐 예정이니 이또한 많은 기대 해주세요. 이상, 림쇼였습니다!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