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라인업이 공개됐다. 개막작 <뉴욕, 아이러브유>부터 흥미진진한 다양한 섹션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영화들이 영화제를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을 벌써부터 쿵쾅거리게 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설레게 하는 주옥같은 영화를 선정한 사람은 누굴까?
"프로그래머, 나의 로망이자 오랜 꿈!" 송낙원 건국대 교수(문화예술부)는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영화제로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를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조금 전에 미팅을 마친 송 교수지만 핸드폰은 그를 찾는 전화로 연신 울렸다. 그러나 짜증한번, 웃음 한번 잃지 않는 송낙원 프로그래머다.
"프로그래머는 오랜 꿈이었어요. 영화평론가로 15년을 활동하면서 내내 꿈꾸던 로망이었죠. 국내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영화를 들여와 소개하는 것,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이덕화 조직위원장과의 인연으로 올해 충무로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게 된 송 교수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영화제' 라고 정의한다. '서울에서 하는 유일한 국제영화제' 라는 것, 매니아만을 위한 영화제가 아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제' 라는 영화제라는 것이다.
"보세요, 올해 준비된 섹션만 해도 젊은 시절 배우 신성일을 보고 열광했을 60대를 위한 섹션이 준비됐고 당시의 섹시아이콘 마릴린먼로 회고전이 마련 돼 있어요. 이건 60대 뿐만 아니라 현재 세대에게도 재미있는 흥밋거리죠. 서울의 뒷골목이 배경이었던 60-70년대의 영화들은 서울의 옛날 이야기를 보여주게 되겠죠."
"국내에 소개된 적 없고, 앞으로도 소개될 일 없는 영화로만 엄선"
대화를 하는 동안 올해 준비된 섹션에 대한 송 교수의 기대가 한껏 느껴진다. 올해 그가 영화를 선정하는데 주력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에 소개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수 없는, 충무로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선정하려고 애썼어요. 개막작 <뉴욕, 아이러브유> 의 경우도 지난 토론토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하고, 극장개봉은 세계 최초예요. 또 가장 재미있는 영화들을 섭외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체코와 라틴아메리카 섹션도 그렇죠. 볼리우드 박스오피스 1위한 영화들, 인도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가장 자신 있다고 하는 영화, 체코현실이 제대로 반영된 영화들로 엄선했습니다."
체코섹션의 경우 체코대사에게 부탁해 영화를 추천받을 만큼 이번 영화제의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는 "세계여행기행을 떠난다는 느낌으로 관객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고 말한다.
"여행을 가더라도 그 나라 영화를 보고 오진 않잖아요. 영화를 통해서 관객에게 마치 그 나라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마치 여행하는 느낌이겠죠?"
"영화, 편식 없이 보라."
"당연한 말이겠지만,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문학평론가도 되고 문학가가 되듯이 영화도 마찬가지죠. 남들이 안본 영화는 물론 영화제도 많이 다니면서 보고, 회고전이나 포럼에 참석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겁니다."
제3회 충무로국제영화제의 개막이 이제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송낙원 프로그래머의 마지막 각오를 들어봤다.
"밤잠 줄이면서 스텝들과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영화제가 될 거라 믿습니다. 저도 스페셜 갈라에할로윈코스튬 복장을 하고 참석할겁니다. 그만큼 편하고 신나게면서도 학술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1000만이 사는 이 서울에서 충무로국제영화제를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열정과 땀이 배어있는 이번 제3회 충무로국제영화제. 짧은 시간의 인터뷰였지만 이번 영화제에 대한 송낙원 프로그래머의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인터뷰를 서둘러 마치며 급히 다른 일정으로 이동하는 그에게 인터뷰하던 날 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폐막작을 귀띔해 달라고 말했다. 기대도 못했는데 그가 호방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 <정승필 실종사건> 이라는 영화예요! 아주 재밌을 겁니다. 배우들도 전부 다 온다니까요~!"성격까지 호탕한 송낙원 프로그래머다.
bonus tip . 송낙원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이 영화 놓치지 말라!
<타올헤드> 미국의 치부를 낱낱이 밝힌 영화. 화려하고 멋진 나라 미국이지만 이면에는 인종차별과 같은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 미국사회의 인종차별의 치부를 건들이면서 동시에 '성장 영화' 이기도 하다. 미국 인디펜던트 영화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 절대 놓치지 말자.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코엘료 스토리는 영화화되기 힘들어 그의 작품이 영화한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