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프린트 코디의 운명이란, 영화제가 다가올수록 축지법과 시간이동의 기술이 간절해지고, 단 몇 줄의 영문메일을 -Please kindly send the film 되시겠다- 수 차례 보내다 못해 기어이 해외배급사로부터 스팸메일로 차단을 당하는 굴욕과 더불어, 그럼에도 우짜든지 다른 연락처를 찾아내 기어코 답을 듣고야 마는... 스토커라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충무로영화제는 고전영화가 대부분이다 보니 프린트 보존에 신경이 곤두선 배급사들이 하나같이 수급일정을 미루는 통에, 그 일정 조금이나마 당겨보겠다고 짧은 영어로 얼마나 갖은 아양을 떨었던가...... -_- (내 평생 남친에게도 떨어보지 않은 아양이란 말이닷!). 거기다 올해는 이 무슨 액운인지, 한 번 벌어지기도 힘들다는 “프린트 잘못 배송되기”가 무려 5번이나 발생했다는...... ㅜ_ㅜ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답메일을 얼마나 성실하게 보내 주는지, 또 프린트는 얼마나 신속 정확하게 보내주는지가 나에게 있어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이것도 직업병인게지).

그리하여 올해 최고의 추천작은 <세이프> 되시겠다. <아임 낫 데어>로 일약 스타감독의 대열에 합류하신 토드 헤인즈의 1995년 연출작이기 때문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원츄~하는 줄리안 무어 언니의 창백하고도 위태로워 보이는 매력이 한껏 도드라지는 영화이기 때문도 아니며, 개봉 당시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거나 에이즈 바이러스의 은유로 읽혀지기도 했다는 저 IMDB의 한 줄 코멘트와는 일절 상관없이-일단 한마디 하겠다. 이런 삐리리xx-, 온 지구를 샅샅이 뒤져 어렵사리 판권 문제를 해결하고 프린트를 찾아놨더니, 이 무슨 운명의 조화인지 분명히 지불한 상영비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배급사와 실갱이 벌이기를 수 차례, 8월 초에 들어왔어야 할 영화가 기어이 8월 말을 채울 줄이야...OTL


기어이 8회말 투아웃 풀카운트에 세이프~ 해야겠니?


한 시간 간격으로 메일함을 뒤져보게 만든 <세이프>, 프린트 수급일정을 결코 안전(SAFE)하지 않게 만든 <세이프>, 이 프린트 코디의 명줄을 최소 일주일은 끊어먹으며 안전(SAFE)을 위협한 이 영화를 다들 극장으로 와서 꼭 확인해 주시라.

정말이지, 21세기 영화제 프린트 코디, 절대! 안전(SAFE)하지 않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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