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림쇼입니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었네요. 김치전 부쳐 먹기 좋은 날씨라기엔 비오는 일수는 길어지고 동남아 같이 끈적거리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요. 이따금 습한 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쾌지수가 팍팍 올라가고, 햇빛이 내리쬐지도 않아서 밖에 나갈 수 조차도 없어 불편하시죠? 휴일에도 방콕할 수 밖에 없는 그대. 집 안에서 주전부리와 시원한 음료한잔 옆에 두고, 영화 한편 보는 건 어떨까요?
어두운 날씨는 훌륭한 암전효과를 낼 테고 이따금 들려오는 빗소리는 조용한 분위기에 잔잔한 효과음을 더해줄 거에요. 비오는 날씨에 짜증내지 않고 보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네요.
오늘은 그런 끈적함을 달달함으로 바꾸는 영화와 공간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두 번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어쩌면 누구나 원했을지도 모르는 그 바램. ‘내 곁에 있어줘’
이 영화와 더불어 <면로> 등을 그려낸 에릭 쿠 감독은 주인공들이 영화에서 그리는 전체적인 주제인 사랑에 대해 가타부타 어떤 정의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두가지 요소가 영상과 소리라고 했던가요? 그는 모든것을 소리로 설명하기보다 차라리 아무 설명없이 온전히 보여주는 것만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내 곁에 있어줘'에서 그려지는 모든 인물들은 어떻게 보면 싱가포르라는 끈적이는 열대를 차분하면서 우울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영화속 이야기는 그 어느 로맨스보다 애틋하고, 한편으론 달콤합니다. '내 곁에 있어줘' (Be with you) 에서는 모두 서로 소통이 없고, 사랑하는 대상과는 허무하거나, 혹은 갈망하다 실패하기를 반복하지만 영화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읊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 곁에 있어줘." 라는 대사는 그 하나만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시종일관 끈적이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모두가 원하는 어떤 바램을 무심코 내뱉음으로써 '그래, 어쩌면 그것은 응답받지 못했을런진 몰라도 서로를 원하는 사랑이었을 거야.' 라고 느끼게끔 하는 것이지요. 비로소 영화속의 그들은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싱가포르라는 공간은 우리에게 조금은 달큰하게 다가옵니다.
에릭쿠 감독의 우울한 싱가포르는 벗어버리고, 달달하고 맛난 싱가포르를 찾아 가볼까요? 흔히 열대지역으로 부터 온 음식은 끈적하고 입맛에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한데요. 우리의 입맛을 채워주면서 한편으로는 '신세계'를 보여주는 카페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바로 Kopitiam (이하 코피티암) 입니다.
일반 카페와 분위기도 비슷하고, 직장인 분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별 생각 없이 지나칠 수 있지만, 사실 다른 카페와 다른 코피티암만의 맛과 분위기가 있다는 거, 다들 모르실거에요 ^^
코피티암은 바로 여기에 있답니다. 1탄에서 알려드렸던 불라와는 달리, 청계천과 인접한 대로변에 2층건물이 우뚝 서 있죠 ^^; 외관도 사실 다른 카페와 별반 다를바 없어서, 주변에 일하시는 직장인 분들이 커피를 마시거나 청계천에 놀러온 연인들이 쉬었다 가는 평범한 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해요.
그렇지만, 남다른 특별함이 없다면 여러분에게 알려드리지 않는게, 저 림쇼라는거! 앞서 살짝 언급해 드렸듯이 코피티암은 다른 카페와는 다른 싱가포르식 드립커피와 토스트로 유명하답니다. 사실 커피는 주 원산지인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곳곳에서도 생산되고 있어 맛이나 분위기가 모두 다르지요. 그중에서도 싱가포르 커피는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생소한 맛을 우리에게 전해 준답니다.
슬금슬금 코피티암만의 매력을 찾아,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점심시간을 조금 지나 방문했던지라, 사람이 무척 많았어요. 메뉴를 시키니, 종업원분이 "이거 가지고 기다리세요."라고 말하면서 무언갈 주는데, 보니- 나무토막으로 된 번호판이더라구요. 다른 곳에서는 진동벨이 장착된 부저버튼을 주던데, 그런걸 받으니 뭔가 신기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요. 장난감 주사위처럼 된 번호판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지요. 1층은 원목의자가 있고, 보다 넓은 2층 홀에는 나무를 꼬아만든 등짚의자가 드문드문 있었어요.
더운날이면, 바깥에는 너른 차양을 드리워 놓아 휴양지의 느낌을 주기도 한답니다. 노란 호박색 조명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천장의 선풍기 덕분에, 사람이 많았는데도 코피티암은 도리어 한적해 보였어요.
저는 연유를 듬뿍넣어 단향이 가득한 싱가포르 식 라떼를 시켰어요.
그리고 주전부리로는- 바로바로 오늘 특별히 소개할 코피티암만의 특별식, 카야 토스트를 같이 주문했답니다!
위에 보시는게 바로 카야 토스트에요. 위에 삐죽이 나와있는 버터같은 소스^^; 가 보이시나요? 언뜻봐서는 그냥 버터같기도 하지만 사실 정체는 싱가포르 전통 잼인 카야잼을 발라둔 것이랍니다.
카야잼은 달걀과 코코넛 크림으로 만들어 커스타드 크림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요. 아실런진 모르지만 실제로 모 제빵회사에서는 '연아의 카야번'이라고 해서 카야잼을 가미한 번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잼이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아는 젤리형태의 잼과는 달라 신선했답니다. 한입 베어무니, 생각보다 그리 달지 않으면서 꽤 맛있었어요. 빵도 적당히 얇아 간편한 간식으로는 그만인 듯 한 메뉴였답니다.
[림쇼의 추천!]
코피티암에서는 싱가포르 원료를 공수해와 직접 드립하는 커피와 라떼를 맛볼 수 있어요. 단, (어느게 아메리카노고 어느게 라떼인지 모를) 연유가 듬뿍 들어간 달달함보다 차가운 도시여자의 느낌이 나는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비추천 합니다! ^^; 여름을 맞아 개시된 카라멜 빙수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 이것 역시 추천해 보아요!
* 뜨거운 음료는 3500원, 아이스 음료의 경우 4000-5000원 선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랍니다.
* 오후 세시까지는 카야토스트와 결합한 다양한 종류의 '코피티암 세트'를 만나볼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이번 여름에는 보편적으로 생각했던 모든 것을 다르게 느껴보려고 하면 어떨까요? 에릭쿠 감독이 끈적한 열대인 싱가포르를 차분하게 그렸던 것처럼, 그리고 코피티암이 우리가 전혀 몰랐던 싱가포르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처럼요. 매번 하나씩의 새로움을 발견해 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아마 이번 여름을 남들보다 더 특별하게 보낼 수 있을거에요. 이 글을 만나는 많은 여러분이 코피티암뿐만 아니라 순간순간 새로운 것을 발견하길 바래봅니다. 그럼, 신선한 세번째 포스팅을 들고 곧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