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인도영화 블로그와 정보 트위터를 운영하고있는 raSpberRy라고 합니다.

여러분께 충무로 영화제에 소개된 화제작 ‘내 이름은 칸’에 대한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칩스와 함께 ‘내 이름은 칸’이 남긴 이야기들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 진짜 볼리우드의 못 말리는 세 친구 샤룩, 까졸, 카란

2009년에서 올 해까지 인도 전역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못 말리는 세 친구’에서 친구들은 대학동기인 란초를 찾아 인도의 먼 곳까지 헤쳐 갑니다. 볼리우드 영화계에도 이처럼 끈끈한 우정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세 친구가 있습니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말이죠.

바로 인도를 대표하는 배우 샤룩 칸과 까졸, 그리고 카란 조하르 감독이죠. 세 사람은 1995년 샤룩 칸과 까졸이 볼리우드의 대표 커플로 자리매김하게 해 준 ‘용감한 자가 신부를 얻는다’를 통해 만났습니다. 당시엔 배우로 출연해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던 카란은 사실 연출 지망생으로 98년 그가 처음 감독한 청춘물 ‘꾸츠 꾸츠 호타 헤(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에서 역시 두 배우를 커플로 출연시켜 큰 성공을 거둡니다.

‘꾸츠 꾸츠 호타 헤’의 성공으로 카란 조하르 감독은 2001년, 야심작인 ‘까비 꾸시 까비 감(기쁠 때나 슬플 때나)’를 내놓습니다. 샤룩 칸과 까졸 커플 외에 아미타브-자야 밧찬 부부, 리틱 로샨, 까리나 카푸르, 라니 무케르지 등, 이들의 흥행성적을 다 더한 것과 한 해 볼리우드 흥행 수익을 비교하면 절대 비교 불가인, 볼리우드의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이 영화는 인도를 강타한 것은 물론이고 개봉되자마자 영국 박스 5위권 안에 진입하는 등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개봉할 뻔 했지만 안타깝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죠.

하지만 이 친구들은 잠시 떨어져 지내게 되는데요. 1999년 까졸이 배우 아제이 데브간과 결혼을 올리고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까비 꾸시 까비 감’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란 조하르의 2006년 작품 ‘까비 알비다 나 께흐나(안녕이라고 말하지마)’에서 까메오로 출연, 우정을 과시하게 되죠.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07년, 카란 조하르는 다시 한 번 까졸이 자신의 영화에서 샤룩 칸과 함께 커플로 영화를 찍을 것을 부탁했는데 그 영화가 바로 ‘내 이름은 칸’입니다. ‘까비 꾸시 까비 감’이후 두 배우는 10년 만에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감독의 작품에서 커플로 출연하게 됩니다.

최근 카란 조하르가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까졸이 출연한 한 영화에선 샤룩 칸은 자신의 영화 일정을 잠시 접고 두 사람의 영화를 홍보하며 의리를 과시하고 있는데요. 잘 지킨 친구사이, 가족 못지않게 끈끈하다는 것, 과연 ‘내 이름은 칸’에선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상당히 궁금하네요.

* 신문의 사회면을 차지했던 영화

영화나 드라마가 연예란이 아니고 사회면에 등장하면 대박이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아마 이는 ‘내 이름은 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데요. 개봉 당일까지도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던 영화가 바로 ‘내 이름은 칸’입니다. 그럼 ‘내 이름은 칸’이 남긴 이슈들을 하나 둘 쫓아가볼까요.

- 2008년 12월 아미르 칸 비자 거부!

‘내 이름은 칸’에 아미르 칸이 나올 뻔 했다? 샤룩 칸과 라이벌 구도에 있는 인도를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칸 아미르 칸. 그러나 ‘내 이름은 칸’에 출연한 아미르 칸은 아미르 바시르 칸이라는 이름의 다른 배우랍니다. 이 배우는 샤룩 칸의 형역으로 출연하기로 했는데요. LA와 뉴욕 등지에서 있을 영화 촬영을 앞두고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하자 급히 다른 배우로 변경되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 2009년 8월 샤룩 칸 억류

2009년 8월 14일. 샤룩 칸이 뉴저지의 뉴와크 공항에 억류되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이름이 주의 인물로 기록되어 이런 변을 당했다고 전하는데요. 때문에 한 시간 동안 공항 내에서 억류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샤룩 칸은 해외 촬영이 잦은 배우고 따라서 미국행도 많았던 배우였는데 이런 갑작스러운 사태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 인도 극우정당과의 마찰

올 해 1월, 크리켓 팀인 콜카타 라이더스의 대표이기도 한 샤룩 칸은 인도내 크리켓 리그에 파키스탄 선수들이 선발에서 탈락하는 것이 문제가 되자 “실력이 있다면 국적은 문제가 없다.” 는 발언을 했는데 이를 인도의 극우정당인 쉬브 세나(Shiv Sena)에서 걸고넘어지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불거져 당원들이 ‘내 이름은 칸’의 포스터를 불태우고 폭력적인 행사하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바람에 영화의 예매를 오픈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사태로 개봉 때까지 천여 명이 넘는 당원들이 체포되었는데요. 이런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려들어 영화는 그야말로 대박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 집에서도 맹연습. 샤룩 칸의 메소드 연기.

인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Filmfare 시상식에서 일곱 번에 빛나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샤룩 칸은 올 해 ‘내 이름은 칸’을 통해 통산 여덟 번째 남우주연상에 도전하는데요. 배우 샤룩 칸은 연기에 완벽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배우입니다.

샤룩을 위해 각본가인 쉬바니 바띠자와 감독 카란 조하르가 자폐증 환자들을 만나 그들을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자료를 수집하고 샤룩 칸은 이를 토대로 연기 연습을 했는데요. 그가 맡은 리즈반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장애우로,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증의 일종으로 환자들은 사람들과 접촉하거나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샤룩은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이 역할을 위해 계속 한 곳을 응시하는 연습을 했는데요, 이 때문에 편두통을 앓고 신경외과를 다녀야 했다고 하네요.

또한 집에서도 리즈반이 되어 연습을 계속 했다고 하니 내년 Filmfare의 남우주연상을 노려볼 만도 합니다. 만약 샤룩이 이 상을 수상한다면 50년대를 주름잡던 명배우 딜립 쿠마르(Dilip Kumar)와 함께 볼리우드영화 사상 최다 남우주연상 수상자에 오르게 됩니다.

- 여기서 잠깐. 장애우를 연기한 배우들

더스틴 호프만(레인 맨)

샤룩 칸이 ‘내 이름은 칸’에서 롤모델로 삼았던 배우가 바로 더스틴 호프만입니다. 레인맨에서 처음엔 동생인 톰 크루즈의 짐처럼 여겨지던 형 역할을 맡았는데요. 하지만 나중에는 천재적인 능력으로 동생을 돕게 되죠. ‘내 이름은 칸’의 리즈반도 자폐증을 가지고 있지만 손만 대면 모든 것을 고치는 사나이로 등장합니다.

숀 펜(아이엠 샘)

헐리웃에서 가장 지적인 배우 숀 펜이 지상 최고의 아빠 역할을 합니다. 바로 2001년도 작품 ‘아이 엠 샘’에서 숀 펜은 정신 지체아 역할을 맡는데요. 이 역할로 숀 펜은 오스카상 남우주연상 후보 단골 배우 자리를 놓치지 않게 되었고 총명한 일곱 살 딸 루시역의 다코타 패닝은 지금은 어엿한 숙녀가 되었죠.

톰 행크스(포레스트 검프)

볼리우드를 대표하는 중년 스타가 샤룩 칸이라면 헐리웃에는 단연 톰 행크스가 아닐까 합니다. 격동기의 미국, 그 중심에 있던 아이큐 70의 포레스트 검프역은 바로 톰 행크스 필모그래피에서 절대 뺄 수 없는 작품인데요. 포레스트 검프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리즈반은 걸어서 자신들만의 삶과 사랑을 얘기한다는 점에서 ‘포레스트 검프’와 ‘내 이름은 칸’이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 해외에서 더 사랑받은 영화 ‘내 이름은 칸’

2010년 2월. 베를린 국제공항에선 샤룩 칸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팬들이 장사진을 이룹니다. 바로 ‘내 이름은 칸’이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되었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영화 ‘내 이름은 칸’은 인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기대를 불러 모은 화제작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2010년 상반기 볼리우드 박스오피스 집계에 따르면 ‘내 이름은 칸’은 선전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선 상반기 흥행 2위에 그쳤지만, 해외 수익에선 다른 볼리우드 영화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역대 볼리우드 해외 흥행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미화로 3,700만 달러(박스오피스 모조 참조). 헐리웃 영화들과 비교하면 아주 간지러운 성적일지 모르지만 영화의 영향력은 상상이상입니다.

‘내 이름은 칸’은 북미지역에서 성공한 볼리우드 영화 중 하나가 되었고, 개봉당시 영국과 호주에서 비영어권 영화로는 상당한 흥행을 기록했는데요, 무엇보다 무슬림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인만큼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의 여러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이집트, 남아프리카 공화국, 가나,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네팔 등의 국가에서도 선전하더니 최근에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 폴란드 등지에서도 개봉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영화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할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인도영화를 보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도의 안팎에서 화제를 불러모은 ‘내 이름은 칸’을 9월 3일 일요일과 9월 8일 수요일에 충무로 영화제를 통해 상영 되었습니다. 관람하신 다른 분들의 반응은 다들 어떤지도 너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인도영화에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리며 저는 물러갑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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