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이색직업 ②

‘함축의 미학’은 시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 외국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배우의 대사를 압축적으로,
그러나 섬세하게 전달하는 ‘영화의 자막’이 바로 함축미를 필요로 하는 또 다른 분야입니다
.
관객에게 최고의 자막을 선사하겠다는 자막팀의 김영지 팀장을 만나보았습니다.

 

충무로국제영화제 김영지 자막팀장

Q. 영화제 자막팀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연한 기회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2000,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영지 팀장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자원봉사자로 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는군요
.

 

자막팀에 스텝이 필요한데 한번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전화였어요. 당시 기술팀장님이 자원봉사자 지원서를 읽어보시고는 감사하게도 제게 그런 제의를 해 주셨죠. 그걸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고 여기까지 왔네요.(웃음)”

 

그렇게 시작된 김영지 팀장과 영화제 자막팀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Q.
영화제 자막팀 - 누가, 무슨 일을 하나요?

 

자막팀하면 번역가가 제일 먼저 떠오르실 수 있지만 팀 전체의 인원구성과 예산계획 등 운영을 맡고 있는 스텝들과 자막의 타임코드를 생성하는 업무를 하는 자막가도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현재 충무로 영화제의 자막팀에는 김영지 팀장을 포함한 스텝 3명과 15명의 자막가, 그리고 약 33명의 프리랜서 번역가들이 속해 있습니다.

 

스파팅 작업을 하는 자막제작프로그램

자막팀의 업무는 크게 4단계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그 첫 단계는 스파팅
. 이는 자막가가 Qtitle 이라는
자막제작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막이 들어갈 단위를
나눠 타임코드를 생성하는 것
을 말합니다
.
이 작업이 끝난 후에는 번역가가 타임코드에 맞춰 번역을 넣고 감수자가 오역, 오자를 수정하고 스파팅과 번역의 어울림 여부 등을 검토합니다.
그리고 나서 자막가가 실제 상영될 프린트와 자막을 맞춰보고 수정하면 최종 자막 상영본이 나오게 된다고 하네요
.

 


Q.
영화제 자막작업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자막은 가로로 들어가기 때문에 글자 수 제한이 좀 더 길어요. 그런데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의 프린트는 보통 단기간 임대를 해오는 것이라 프린트에 한글자막을 입힐 수가 없어요. 그래서 화면 우측에 세로로 자막을 별도 상영해야 하죠. 이렇다 보니까 한 줄 당 10글자씩 두 줄, 20글자로 제한이 돼요. 그러다 보니 더욱 핵심적으로 자막을 만들 수 밖에 없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표현력을 포기할 수 없기에 압축을 하면서 표현을 잘 살리는 작업이 가장 중요해요.”

 


Q.
영화제 자막팀만의 매력, 자랑해주세요
 

일단 영화제 자막팀에서는 영화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영화제에서 영화를 직접 보면서 일하는 팀은 저희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어요. 누구보다 먼저 영화를 보는 팀이기도 하고요. 직접 영화를 주무르며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죠. 또 워낙 함께 야근을 하는 일이 잦다보니 팀원들간의 팀웍이 아주 좋아요. 서로 격려해주고 도와주면서 일하는 분위기도 자막팀의 매력이에요.”

 

Q. 자막팀에서 일하고 싶은 후배들이 갖춰야 할 자질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를 포함한 3명의 스텝은 자막가와 번역가를 섭외하고 특성에 맞는 영화를 배당하는 일을 해요. 그러다 보니 자막가와 번역가에 특성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하죠. 어떤 번역가가 다큐멘터리와 같은 설명체에 강한지, 누가 코미디 번역에 강한지 알아야 하죠. 또 힘들 때는 모두를 다독거리면서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 것도 스텝들이에요.

작업을 하고 있는 자막가의 모습


자막가는 영화를 프레임단위로 보면서 자막이 들어갈 단위를 나눠주어야 하기 때문에 꼼꼼하고 날카로운 눈이 필요하죠. 그리고 영상과 언어에 대한 기본적이 감각과 이해가 있어야 해요. 씬과 컷에 따라서 자막을 끊어주는 것이 달라지니까요. 또 장시간 앉아서 밤을 새가며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체력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영화제의 자막가는 자막팀 자체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자막팀 내에서 인력을 키워나가는 시스템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제 번역가 같은 경우는 영화 번역만 오래 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영화번역에서 요구하는 포맷이 다른 매체번역과는 다르기 때문이죠. 또 언어와 동시에 해당국가의 문화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도 중요해요. 그리고 한국어 표현력도 중요한 번역가의 자격조건 중 하나에요. 외국어를 한국어로 적절하게 번역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Q.
자막팀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일했을 때가 참 힘들었어요. 환경영화제의 경우 99퍼센트가 다큐멘터리라서 대사가 많을 뿐더러 전문적인 내용이라서 자막가, 번역가 모두가 힘들어 하더라고요. 팀원들을 달래가면서 양질의 퀄리티를 뽑아내야 해서 몸과 마음이 굉장히 힘든 시기였어요. 그런데 또 가장 좋았던 순간도 그 때였던 것 같아요. 프로그래머 분들이 자막 좋다고 칭찬해주시는데 참 보람되고 기분 좋더라고요. 이런 만족감과 자부심 때문에 제가 아직도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충무로 영화제 자막작업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충무로국제영화제 자막팀의 사무실 전경


충무로 영화제는 고전영화들이 꽤 있는 편이라서 작업이 좀 어려워요. 고전영화의 경우 자료의 희소성 때문에 자료수급 자체가 힘들어서 작업이 다른 영화에 비해서 2배정도 힘든 것 같아요.

 
이번 3회는 특히 작업이 늦게 시작된 경우라 아마도 영화제 끝나는 날까지 매일 밤샘작업을 해야 할 것 같네요.(웃음)”

 

 



Q.
자막팀의 자원봉사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사실 자막팀의 자원봉사자들은 스텝과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교육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기면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영화제 자체를 즐기지는 못하겠지만 자막팀 업무를 즐기면서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경험이 쌓여갈수록 일이 쉬워지기 보다는 높아지는 자신의 기준을 맞추느라 일이 점점 더 힘들다는 김영지 팀장,
하지만 이런 자기발전에 대한 의지가 있기에 더 좋은 자막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요
?
이번 제
3회 서울 충무로 국제 영화제에서 멋진 자막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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