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영화 속 음식] 두 번째 포스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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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in <구타유발자들>(06)


칩순이는 육식동물처럼 고기라면 사족을 못쓴답니다. "고기는 곧 진리"라는 슬로건 하에 창립한 '고진교'의 원년멤버이기도 하지요. 호홋. 영화에서 고기 먹는 장면만 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불판 위의 고기처럼 온 몸을 들썩들썩하는 칩순.(넘 추잡스러운가효) 대놓고 삼겹살 홍보하는 <구타유발자들>의 포스터를 본 순간, 칩순이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삼겹살이 무지 땡기겠구나 ^-^* 하고 생각했었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구타유발자들>에서 본 삼겹살은 마치 구토를 유발하는 음식 같았어요.

주인공 이문식을 필두로 한 시골 건달 무리들은 돌판에 생삼겹살을 구워먹는 것을 즐깁니다. 여느 때처럼 삽겹살 파티나 벌여볼까 하고 장소를 물색하던 와중, 그들은 난생 처음 보는 고급 외제차를 보고 호기심에 접근합니다. 차 안에는 어린 여제자를 어떻게 해볼까 하고 교외까지 데리고 나온 성악과 교수님이 숨어있었구요. 멋도 모르고 건달들의 파티에 초대받은 교수와 여제자는 공포 분위기 속에서 건달들이 강권하는 삼겹살을 입에 넣습니다. 파무침과 콩나물 찾을 상황이 아니란 건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겠죠? 채 익지 않아 핏물이 흥건한 삼겹살(돼지고기는 빠짝 익혀야하는데!)을 입을 오물거리며 먹는 교수님의 비굴한 표정은 그야말로 굴욕 오브 굴욕 & 이보다 더 한 구토유발제는 없다! 비위 약한(으응?) 칩순이, 이 영화 보고 얼마간 삼겹살을 멀리했더라지요. 약 삼일 정도?;


                                          돼지고기 빠짝 구워먹어야지, 안그럼 돼지독감 걸려횻!


라면 in <봄날은 간다>(01)

다수의 한국영화에서 '라면'은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음식입니다. 서민적이고, 맛 좋고, 먹어도 먹어도 안 질리는 라면! 대기업 사장님도 먹고 서울역 노숙자도 먹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먹는 맛 좋은 라면은 영화 속에서 주로 주인공의 곤궁한 상황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대충 떼우는 끼니'에 가까운 음식이 바로 라면이죠. 하지만 이런 궁색함의 상징 라면도 미의 여신 이영애님께서는 성공률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유혹의 수단으로 활용하십니더.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보면, 전형적인 O형 여자 은수(이영애)가 전형적인 A형 남자 상우(유지태)를 유혹하는 수단으로 라면이 아주 요긴하게 쓰이잖아요? (부럽!)

극중 연상의 이혼녀 은수는 일을 하며 만난 연하의 동료 상우를 집으로 초대한 뒤, 싱크대 앞에 서서 나른한 목소리로 이렇게 묻습니다. "라면 먹고 갈래요?" 이 평범하면서도 도발적인 질문 뒤에 이어지는 상우의 표정이 '저, 다 넘어갔어요'일 거란 건 안 봐도 뻔하죠잉? 라면만 먹고 가라더니, 유혹에 쐐기를 박는 두 번째 질문은 바로 "자고 갈래요?"입니다(어머나!). 이영애가 라면 먹자는데, 이영애가 자고 가라는데, 거절할 남자가 있을까요!? 칩순이도 영애언니의 유혹방법을 벤치마킹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라면 한 박스를 준다고해도 OK할 남자는 없을 것 같네요. 힝.

                                                
                                    남녀가 만나서 라면 한 번 먹으면 이렇게 됩니다아-차암 쉽죠잉?



군만두 in <올드보이>


마지막 영화는 2003년 당시 전국에 군만두 붐(?)을 일으켰던 <올드보이>되겠습니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모토인 오대수(최민식)는, 혀 한 번 잘못 놀린 죄 아닌 죄로 무려 15년 간을 어두컴컴한 골방 안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감금당한 오대수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아침엔 군만두, 점심에도 군만두, 저녁에도 오로지 군만두! 15년 간 중국요리만 먹으라 해도 느끼함이 부글부글 올라오는데, 그 하고 많은 중국요리 중 왜 하필 군만두만을 주시는 겐지.ㅠ_ㅜ 군만두야 짬뽕-자장면-탕수육이 기본적으로 깔렸을 때 식사 전 풍미를 돋우기 위해 한 두개 집어먹는 음식 아니던가효...어쩌면 오대수에겐 영문도 모른 채 15년간 갇혀지내며 느낀 분노와 외로움보다, 삼시세끼 같은 음식만을 먹어야하는 괴로움이 더 컸을지도 몰라요.

영화 초반 오대수가 주구장창 먹어제끼는 군만두는, 오대수가 자신이 감금되어 있던 사설감옥을 찾을 수 있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사설감옥이 15년을 한결같이 '자청룡'이라는 중국집에서만 배달을 시켰기 때문에, 오대수는 부추가 듬뿍 든 그 집 군만두 맛을 꿈에서도 잊을 수 없었거든요. 칩순이는 6년 전 <올드보이>를 극장에서 보고 난 후, 집에 가는 길에 얼큰한 대구탕에 소주 한 잔 했더랬지요(캬!). 영화를 보는 내내 느끼한 군만두 기름이 입안에 고인 듯 해서, 알싸한 소주로 입 안을 헹구고 싶었거든요 잇힝. (허나 며칠 뒤 내 돈 주고 군만두 시켜먹었다는 일화가...<슈퍼사이즈미>보고 맥다날 빅맥세트 사먹은 것과 맞먹는 에피소드- _-)

                             
                             이런 십 오년 간 군만두만 쳐멕일 놈 같으니! -이보다 더 심한 욕이 있을라나요...



재밌게 보셨나용?

칩순이의 영화&즐길거리 포스팅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


(아침엔 폭우가 퍼붓더니, 오후 2시를 넘긴 지금은 미친 폭염이네요. 헥헥 - _-;;)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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