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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9 [영화&음식] 땡기거나 멀리하거나_잊을 수 없는 영화 속 음식 (1) 3
특정 음식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음식만큼 주인공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잘 보여주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은유하는 상징물은 드무니까요. 보는 이의 식욕을 마구마구 자극하는 음식, 지긋지긋해서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은 음식, 주인공들의 레시피를 따라해보고 싶은 음식 등 영화 속 음식들의 유형도 가지가지죠. 먹는 것에 유독 집착하는 칩순이는 영화에 나오는 음식들에 관심이 많답니당. 캬캬. 그리하여 비가 쥬륵쥬륵 내리는 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점심메뉴를 고민 중인 칩순이가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이번 포스트는!

짜잔~

바로 <한국영화 속 튀는 음식>입니다. 잼나겄죠잉?

자 그럼, 바지락 칼국수와 짬뽕라면 사이에서 갈등하며 포스팅을 시작해볼까용~*


백숙 in <마더>(09)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백숙은 두 번 등장합니다. 동네건달 진태(진구)와 어울려 사고를 치고 경찰서에 끌려갔다온 아들 도준(원빈)을 위해, 엄마 혜자(김혜자)가 준비한 음식이 바로 백숙이에요. 극중 약재상을 운영하는  혜자는 더덕과 구기자를 넣고 푹 고인 백숙을 도준에게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 애씁니다. 야들야들한 살코기를 쭉쭉 찢어 연신 아들의 밥공기 위에 슉슉 올려놓는 혜자엄니. 엄마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구헌 날 사고만 치고 댕기는 아들래미는 퉁명스레 "내가 알아서 먹거덩?"하고 반응합니다. (칩순이도 맨날 이러다가 등짝 후려맞아요. 켁!)

백숙은 영화 후반부에 한 번 더 등장하는데,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풀려난 도준을 위해 혜자는 언제나처럼 각종 약재를 넣어 정성스레 만든 백숙을 상에 올리죠. (warning!)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살인사건의 진범이 아들임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묵인하는 엄마와, 자신이 저지른 죄를 마치 남이 한 일인 양 무심한듯 시크하게(!) 말하는 좀 모자란 아들. 칩순은 같은 비밀을 공유한 두 사람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백숙을 먹는 이 장면을 보며 치가 떨렸드랬죠. 평범한 일상의 끄트머리같은 밥상머리 풍경이, 너무도 위선적이라 섬뜩하게 느껴졌달까요. 영화 <마더>에서의 백숙은, 이처럼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보여주는 음식입니다. 칩순이는 <마더>를 본 후부터 백숙을 대하는 자세가 근엄해졌다는...


          이때만해도 눈물겨운 자식사랑~ 영화를 다 본 뒤엔? 눈물나게 슬프고 소름끼치는 자식사랑 (후덜덜)


짜파게티 in <김씨표류기>(09)

<김씨표류기> 보고 난 뒤 집에가서 짜파게티 2개 끓여먹었다는 분들, 칩순이 주변에서 꽤 많이 봤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상영관 출구에서 유독 '병목현상(일명 "내가먼저나갈래!"현상)'이 심했던 것도, 얼른 집에 가서 가스렌지에 물을 올려놓고픈 관객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 같았어요. 가진 것 없고 되는 일도 없어서 세상을 왕따시키기로 결정한 '남자 김씨(정재영)'. 그는 인생의 마지막을 드라마틱하게 장식하기 위해 한강에 투신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운 나쁜 놈은 죽으려고 한강물에 뛰어들어도 비린내만 잔뜩 흡입하고 도로 살아난다고, 그는 '섬 아닌 섬' 밤섬에 흘러들어가 그곳에서 로빈슨 크루소 뺨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실제 영화촬영현장도 로빈슨 표류기 못지 않았다죠?) 

새들에겐 천국같은 곳이지만 사람에겐 척박하기 그지없는 밤섬. 하지만 적응의 동물답게 김씨는 차츰차츰 밤섬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집니다. 그런 그에게 단 하나의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짜파게티를 먹는 것! 뭍에서라면 원없이 먹을 수있는 음식이지만, 밤섬에서 짜파게티 먹기란 F4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대쉬를 받는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새똥에서 발굴(!)한 씨앗으로 밭을 일구고, 옥수수를 수확하고, 수프를 뿌려 마침내 '김씨표 자장면'을 만듭니다. 호시탐탐 남자 김씨의 일상을 엿보던 히키코모리 '여자 김씨(려원)'가 밤섬으로 자장면을 배달시켜주는 호의를 베풀지만, 자신의 힘으로 만든 자장면을 먹고 싶은 남자 김씨는 이를 당당히 거부합니다. "내게 자장면은 희망이야"라는 김씨의 대사를 통해서도 알수 있듯이, <김씨표류기>는 '자장면'이라는 음식을 통해 우리네 강퍅한 삶에 '희망'이 필요함을 나지막히 설파하는 영화입니다.


                                                      짜파게티, 언젠간 먹고 말거야!!


밥 in <좋지 아니한가>(07)

<마라톤>(05)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좋지 아니한가>에는 '사랑이 넘치는 화목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먼, 가족 구성원들이 저마다 따로따로 노는 콩가루 가족이 등장합니다. 고개숙인 남성때문에 밤마다 작아지는 아버지, 꽃미남 청년에게 홀려 다단계 산업에 입성한 어머니, 무협작가를 꿈꾸며 추리닝 바람으로 낮잠만 퍼자는 이모, 전생에 왕이었다고 주장하는 '돌+아이' 아들, 궁금한 게 너무 많아 평범하게 살 수 없는 딸...가족 간의 정이라곤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집구석이건만, 이들은 유독 한 자리에 모여 '밥'을 먹는 행위에 집착합니다. 

아빠의 가죽 허리띠로 허술하게 고정시킨 낡은 전기밥솥은 언제고 터질 준비가 되어있는 영화 속 가족들을 상징해요. 다들 손대면 뻥! 터지기 일보직전이지만,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아가며 애써 '가족'이라는 질긴 울타리로 자신을 꽁꽁 동여매는 거죠. 아마 우리가 살면서 부모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밥 먹어!"가 아닐까 싶어요. 공부하라는 말도 많이 듣고, 좋은 데 취직하라는 말도 많이 듣고, 얼렁 시집이나 가라는 말도 많이듣지만..(잠깐, 칩순이 눈물 좀 훔칠게요. 흑) 밥 먹으라는 말 만큼 많이 듣는 건 없죠. 아무리 꼴보기 싫은 가족이라도,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어디가서 밥이나 굶지 않을까 하는 거니까요. 푸슬푸슬 따로 노는 밥알들이지만, 뭉쳐서 한 공기에 담기는 밥. <좋지 아니한가>의 밥은 이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가족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평소엔 쌩까도 밥은 한 상에서 마주보고 먹자! 이 어찌 아니 좋을쏘냐!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니 내용이 길어진 관계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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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영화 속 음식] 포스팅은 2부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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