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치 스케줄이 온갖 영화제로 빼곡히 차있을만큼 평소 영화제 찾기를 즐기는 칩순이(난 한가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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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제 저 영화제 발품팔며 돌아다니다보면,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화로운 칩순이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진!상! 관객들이 더러 눈에 띕니다. 평소에도 영화관람매너가 꽝인 관객들을 종종 목격하며 살지만, 영화제 꼴불견인 관객들은 일반적인 진상 관객들과는 그 성격이 쪼매 다르답니다.
자, 그럼 영화제에서 꼴불견인 관객들의 유형을 한 번 살펴볼까용? (찔린다면 그대들이 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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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 뼈를 묻겠노라 다짐했던 200X년, 푸릇푸릇한 대학생이었던 칩순이는 모 영화제 상영관 관리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답니다. 대부분의 영화제는 관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여 상영 시작 약 15분 이후부터는 상영관 입장을 제한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방침을 아무리 강조해도 꼭 늦게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5분도 아니고 10분도 아니고 무려 30분 씩이나 - _- 영화제 자원활동가들은 영화제 시작 이전부터 영화제 방침에 대해 빡세게 교육을 받는지라, 어느 정도의 유도리는 허용될지 몰라도 영화제 방침을 어기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먼 곳에서 왔는데 왜 안들여보내주냐, 내돈주고 영화보러 왔는데 누가 날 막을쏘냐! 하는 무대뽀 관객들이 가끔씩 있어요. 이런 분들께 까놓고 드리고 싶은 말씀-지금 상영관 안에 계신 관객들도 먼 곳에서 오신 분들이고, 저분들이 지불한 티켓값에는 영화를 볼때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서비스 요금도 포함되어 있다규요! 그러니 줴발, 영화제에서는 상영시간을 엄수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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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영화제에 순수한 관객으로서 참가했을 때 칩순이가 피부로 직접 느낀 거예요. 영화제만 가면 영화보면서 말하고 싶어 환장하신 분들이 간혹 있거든요. 아니,왜,꼭,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여자친구 귀에 대고 본인의 영화지식을 과시해야만 하나요.. ㅠ_ㅜ "저 감독이 말이야~ 데뷔작이 뭐였는데 말이야~ 그 영화에서의 미장센이 어쩌고 저쩌고~~" 엿듣기 싫어도 들리니 들을 수 밖에요. 뚫려있는 내 귀를 탓해야지 - _- 영화볼때 말많은 사람은 정말이지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칩순이, 이런 분들이 주변에 앉으면 (속으로만) 이렇게 외친답니다. "비디오방 가~ 가서 떠들란마랴,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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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대화가 아닌 연설을 하고자 하는 관객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진상 오브 진상이져. 사람마다 영화를 보는 시각이 다르고, 감상의 깊이 역시 차이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전문적으로 영화를 분석하고, 누군가는 딱딱한 분석보다 가벼운 감상에 무게중심을 두죠. 관객과의 대화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어서 흥미로운 시간이에요. 영화를 보며 품었던 궁금증을 감독과 배우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런 자리를 또! 본인의 지식나열의 장으로 여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장면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면 될 것을 "해당 시퀀스에서 주인공의 눈을 클로즈업한 것은 내면의 불안함을 표출하기 위함인것 같은데여~이것은 머시기 감독의 19XX년작 영화에서 본 듯한데 일종의 데자뷰 효과가 아닌가 싶구여~감독님의 이전 연출작 <삐리리>,<빠삐코>와도 적잖은 유사성을 지니는 것 같습니다...그 후 약 10여분간 이어지는 블라블라- " 이런 식으로 질문 아닌 질문으로 던지는 거죠. 말그대로 관객과의 '대화'이니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을 자유롭게 나누는 자리지만, 어려운 용어를 줄줄이 쏘세지처럼 나열해가며 연설에 가까운 감상을 늘어놓는 분들은 칩순이가 보기엔 솔직히 쪼꼼 눈꼴셔용.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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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 오면 당근 영화욕심이 납니다. 칩순이도 영화제 순회 초기 시절, 중간중간 밥 먹는 시간만 빼놓고 영화 세 편을 연달아 몰아친 뒤 자정부터 심야연속상영까지 보고 다음날 골골대며 길바닥을 기어다녔던 게 생각나는군요.(훗) 몸이 상하는 건 물론이고, 체력적으로 후달리면 영화를 보는 중에도 집중을 하기 힘들어요. 결국 보나마나했던 영화들만 늘어나고 기억에 오래남는 작품은 없죠. 짧은 일정 속에서 최대한 많은 영화를 소화하고 싶은 시네필의 심정은 칩순이도 십분 이해하지만, 영화때문에 몸 버리면 안되잖아요?;; 자고로 양보다 질!이니까 시간배분을 잘해서 [나만의 필수관람작] 위주로 감상하시구요, 남는 시간에는 영화제에서 준비한 행사와 이벤트들도 즐겨주시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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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단 영화제 관객들에만 한한 것은 아닙니다. 엄연히 좌석과 좌석 사이엔 칸막이라는 것이 존재하거늘! 기계체조하듯이 다리 쫙쫙 찢다시피하는 쩍벌남들, 제발 다리 좀 오므려주세요. - _- 칩순이랑 <무릎과 무릎사이>를 찍고 싶은겨? 왜 그쪽 무릎이 내쪽으로 넘어오고 지X이야!(라 외치고 싶은 소심한 1인). 그리고 머리가 큰 건 본인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지만 말입니다. 운나쁘게 그 뒤에 앉은 사람은 영화보는 내내 거북이처럼 목을 쑥쑥 뽑아야 한다는 거~ 칩순이는 앞좌석 위로 불쑥 솟아오른 머리를 볼 때마다 과학시간에 배운'옴의 법칙'과 '오메가 시계'가 자동적으로 떠올라요. Ω <--요 기호랑 비슷해 보이거든요(들린다들려,돌날라오는소리;). 옴의 법칙을 몸소 보여주시는 분들이야 본인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거라 해도, 대한민국 쩍벌남들에게 고하노니! 전철에서 괴롭히는 걸로도 모자라서 극장에서도 괴롭혀야 쓰것니? 대형집게로 다리 콱 집어불라!
다리 오므릴래, 회심의 니킥 한 방 맞고 정신차릴래?